
지난 10여 년 사이에 우리나라 회사의 복지제도가 정말 다양해졌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발맞춰 회사도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죠. 대표적으로 과거에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웠을 재택근무제나 놀금제가 이제는 그리 놀랍지 않은 제도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펫 프렌들리(pet-friendly)’를 선언하고 직원의 반려동물에게도 사무실 문을 개방하는 회사도 늘어가고 있죠. 나아가 반려동물 사망 시 경조휴가를 제공하거나, 육아수당처럼 반려동물수당을 지급하는 경우도 있고요. 반려동물을 자식처럼 기르는 딩크족이나, 비혼주의자, 혹은 청년 직원이 증가하며 이러한 복리후생이 각광을 받게 되었습니다.

가족의 범위를 반려동물까지 확대하는 추세와 유사하게, 비혼 선언도 결혼과 같이 응당 축하를 받아 마땅한 것으로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결혼을 하는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유급 경조휴가와 결혼축하금에 대한 형평성 논란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커졌고요.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비혼자에게 결혼자와 동일한 지원을 제공하기로 약속하는 국내 회사들 또한 늘어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소수의 스타트업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LG유플러스는 올해부터 비혼을 선언한 직원에게 결혼지원금과 동일하게 기본급 100%와 유급휴가 5일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SK증권도 노사협의를 통해 비혼을 선언한 직원에게 축하금과 유급 휴가를 지원하기로 했으며, 롯데백화점은 이미 유사한 미혼자 경조 지원을 작년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요컨대 비혼주의 직원을 위한 복리후생 제도와 문화의 흐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는 것이죠.
비혼자를 위한 회사의 복지는 단순히 이색적이고 특이한 복지가 아닙니다. 본질을 생각해 보면 직원 개개인의 가치관을 존중하고, 이념과 성향의 다양성을 장려하기 때문에 복리후생에 차별을 두지 않겠다는 더 큰 메시지가 담긴 것이죠.
비혼자를 위한 복지제도를 가장 먼저 도입했던 소수의 스타트업에 대중의 관심이 쏠리고, 이에 대한 담론이 형성되기 시작할 때만 해도 과연 비혼주의를 공개적으로 밝힐 수 있는 직원이 있을까 하며 반신반의하는 여론도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제도를 도입한 회사에는 이미 예외 없이 수십 명의 비혼주의 신청자들이 대기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모두의 예상보다 빠르게 직원들이 새로운 문화를 수용하고 있고, 회사의 제도가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죠. 게다가 설령 본인이 비혼주의자가 아니더라도, 이러한 제도를 먼저 도입하는 회사들은 곧 다양성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회사라는 방증으로 인식되며 매력도가 한껏 높아지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으로써는 한계도 있습니다. 사회의 현주소와 직원의 가치관 및 다양성을 존중하지만, 비혼을 장려하는 것은 아니라는 선을 긋기 위해 나이와 근속제한을 두는 것이 아직까지는 일반적인 것 같습니다. 예컨대 LG유플러스는 만 43세 이상이며 근속 10년 이상인 직원만 신청할 수 있게 하였으며, 마치 사이닝 보너스나 연수지원과 유사하게 비혼 선언 후 2년의 근속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지원금을 반납하는 규정도 추가하였습니다.
하지만 제도의 도입 자체가 더 높은 벽이었을 터라, 이러한 제약과 한계들은 이내 무너질 공산이 큽니다. 그러고는 머지않아 더 도전적이고 획기적인 복지들이 나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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