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택근무제도(Work From Home/WFH)를 운영하거나, 도입을 검토하는 한국 회사들이 많아졌습니다. 스타트업에서는 전면 재택근무(Fully Remote)를 선언한 회사도 심심찮게 볼 수 있고, 대기업 가운데에도 일주일에 며칠은 재택근무(Hybrid Model)를 하는 곳들이 적지 않죠.
코로나(Covid-19)의 대유행을 거치며 우리의 일하는 방식도 진화한 모습입니다. 처음에는 불편함을 호소하던 회사도 시간이 지나며 점차 재택근무와 실적은 무관하다는 판단을 내린 곳이 많았죠. 직원들은 오히려 출퇴근 시간이나 회사에서 친목을 도모하는 시간이 줄며 일하는 시간이 늘었고, 본인에게 가장 편하고 익숙한 환경에서 근무를 하니 능률도 올랐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WFH 제도가 워낙 각광을 받다 보니, 구직자들 중에는 임금이 조금 적더라도 재택근무제를 도입한 회사를 선택하는 사례도 늘었습니다. 단순히 회사의 제도가 아니라, 직원의 근무만족도를 높이는 일종의 복리후생이 된 것인데요.
근무하는 공간만 사무실에서 집으로 바뀐 것 같지만, 사실 회사에서 신경 써야 하는 건 한 둘이 아닙니다. 오늘은 Work From Home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회사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포인트들을 몇 가지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업무기기
Work From Home을 하기 위해서 가장 기본적으로 갖춰져야 하는 것은 바로 업무기기겠죠. 직원들이 일하기 위해 필요한 도구나 장비를 집에서도 접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간단하게는 데스크탑이나 랩톱과 같은 컴퓨터, 소프트웨어 및 응용 프로그램, 그리고 안정적인 인터넷이 있을 텐데요. 특히 오피스 근무제와 혼용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도입하려면, 직원 당 드는 업무기기 비용이 최대 2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2. 커뮤니케이션 및 협업
자신의 위치에 상관없이 수시로 동료들과 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는 툴과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Zoom과 같은 화상회의 서비스나, 업무용 메신저, 그리고 프로젝트 관리 툴을 사전에 도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비대면으로도 쉽게 협업을 하고, 진행 상황을 기록하고 관리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난 후에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수립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컨대 회의 시간을 미리 정해 놓거나, 업무현황을 보고하는 주기와 방법, 출퇴근이나 부재를 팀 내에 공유하는 형식 등 분명하고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비대면의 상황에서도 서로 믿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와 문화가 형성될 것입니다.
3. 보안
하드웨어인 기기와 소프트웨어인 커뮤니케이션(통신) 방법에 대해 얘기해보았는데요. 그 다음에 필수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바로 보안입니다. 원격 근무는 데이터 침해나 사이버 공격의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방화벽, 암호화, VPN 등의 도구와 기능으로 보안 조치를 확실히 하고, 직원들에게 비밀번호 수시 변경, 공공 와이파이 사용 자제, 민감정보 취급 방법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필요하다면 정보보호 서약서의 문구를 강화한 뒤 다시 서명을 받아 경각심과 의무를 재확인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4. 관리 감독 체계
비대면 근무, 원격 근무의 가장 어려운 부분이 바로 조직장의 관리 감독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리적으로 보이는 곳에 있지 않으니, 직원들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데요. 앞서 커뮤니케이션 및 협업 부분에서 간략히 언급했지만, 정해진 근무시간과 업무종료시간, 출퇴근이나 부재 여부를 공유하는 방법, 정기적인 1on1 면담 스케쥴 등에 대한 세세한 가이드라인을 수립하는 것이 좋습니다.
재택근무를 하다 보면 특히 조직장과 구성원 사이에 오해가 발생할 여지가 많습니다. 따라서 근로시간보다는 가급적 프로젝트나 업무 단위로 조직 구성원을 리딩하는 방법, 정기적인 피드백 면담을 통해 기대하는 바를 오해 없이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 등에 대한 조직장 교육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입니다.

5. 조직문화
재택근무를 반대하는 직원들이 꼽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바로 고립입니다. 회사에서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 교류하며 친분을 쌓기도 하는데, 재택근무제도에서는 그럴 기회가 현격히 떨어지기 때문이죠. 이는 직원 개인의 업무 장악력이나 자신감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 업무의 진척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WFH 제도를 이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오피스 근무제를 운영할 때보다 더욱 조직문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가상공간에서 조직의 팀워크를 제고할 수 있는 활동을 기획하고, 정기적으로 직원들과 체크인하며, 업무가 아닌 개인의 성장이나 조직 간 협업에 관한 면담을 자주 실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더불어, 재택근무라 할지라도 업무와 휴식, 공과 사는 분리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합니다.
6. 기타
재택근무가 회사를 경영하는 핵심 철학과 제도가 아니라면, 재택근무에도 가급적 제한은 두는 것이 좋습니다. 부득이하게 필요하다면 사무실로 출근할 수 있도록 이를테면 사무실을 기준으로 반경(km)에 제한을 두거나, 주 1회 회사가 사무실 출근을 요청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는 것이죠.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발생할 리스크를 줄이는 차원으로 생각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재택근무라고 해서 해외에 나가는 것까지 허용할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해외 거주 시에는 법과 조세가 달라지기 때문이죠. 나라마다 원격근무에 관한 규정과 법률이 다르기 때문에, 해외에서 근무하다가 보면 현지에서 소득신고 및 납세의 의무(통상 1년의 절반 이상 체류시)가 발생할 수도 있고, 노동법 위반이 적발될 시 회사가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습니다. 산재라도 발생한다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겠죠.
WFH 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직원과 회사 모두에게 유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다룬 요소들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고 대비하지 않은 상황에서 재택근무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굉장한 리스크를 안는 것입니다. 본질은 결국 사무실이 한 개에서 직원 수만큼 늘어나는 것과 진배없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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