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월가의 유니폼이라 불릴 만큼 파타고니아(Patagonia)는 단순한 소비자를 넘어 회사의 비전을 믿고 따르는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파타고니아는 설립 당시부터 사업은 수단이며, 궁극적인 목표는 지구라 얘기했습니다. 돈을 벌겠다는 게 아니라, 세상을 바꿀 만큼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사업을 하는 것이라는 말이죠. 실제로 파타고니아의 이러한 목표는 사업 전반에 일관성 있게 퍼져 있습니다. 오늘은 사업의 비전과 조직문화의 표리일체로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갖게 된 파타고니아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인 파타고니아의 가장 주된 메시지는 환경보호입니다. 연중 대목인 2011년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 때 파타고니아는 뉴욕타임즈에 자사 재킷을 사지 말고(“Don’t Buy This Jacket”), 중고거래를 하거나 수선해 입어 지구 환경을 살려 달라는 역광고를 하기도 했었죠.
고객뿐만 아니라 직원들에게도 지구환경 보호를 위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는데요. 파타고니아 직원들은 두 달 동안 회사에서 일을 하는 대신, 환경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월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파타고니아의 철학과 실제로 사업을 운영하고 조직을 관리하는 방식이 표리일체하여, 파타고니아의 아웃도어 의류는 인도어(indoor)에서 일하는 실리콘밸리와 월가의 화이트칼라 직원들 사이에서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지구를 보호하겠다는 친환경의 메시지를 넘어서 사회를 변화시키겠다는 활동주의 메시지를 주요한 철학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파타고니아는 직원이 사회운동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를 당하는 경우 보석금을 100% 지급해 줍니다.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례(Roe v. Wade)를 연방 대법원이 공식 폐지하며 다시 임신중절권이 불법화되었던 2022년 6월에도 파타고니아는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된 직원들 전원의 보석금을 내주었죠.
환경 보호, 사회 변화, 이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에 이바지하겠다는 파타고니아의 메시지 자체가 특별할 건 없습니다. 특히 ESG 경영이 거의 의무가 된 오늘날에는, 지구환경과 사회발전이라는 모토는 웬만한 회사라면 차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파타고니아가 눈에 띄는 이유는 이러한 철학을 직원들이 체화하고 이행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로 뒷받침한다는 것이죠. 철학을 제도와 관행(practice)으로 보완하여, 결국 조직문화를 공고히하게 된 것입니다.
ESG 경영을 주창하는 수많은 회사들 가운데에 직원에게 전과가 생기면 이유 불문하고 징계위원회에 소환하지 않는 회사가 얼마나 될까요? 회사가 공개적으로 정부에 맞서서 위법행위, 불법행위를 옹호하면서까지 직원을 보호하고 감옥에서 꺼내어주는 곳은 얼마나 될까요? 파타고니아의 조직문화가 자못 다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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