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조직문화·인재개발

워터쿨러 효과 – 잡담이 실적을 만드는 이유

by 인사로그 2023. 2. 22.
반응형

 

 

사옥 근처의 흡연 공간에 가면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담배만 피우는 것이 아니라 사적인 대화부터 시작해 업무에 관한 중대한 이야기까지 주고받곤 하는데요. 요컨대 흡연 공간은 담배를 피우는 공간이상의 의미를 갖게 됩니다. 흡연실에서 관계가 형성되고, 정보가 교환되며, 때로는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그 시각에 사무실에 앉아 모니터를 보며 착실하게 일하는 비흡연자들이 억울할 정도인 거죠.

 

반응형

 

워터쿨러 이펙트(water cooler effect)

이러한 상황을 워터쿨러 효과(Water cooler effect)라고 부릅니다. 워터 쿨러는 바로 정수기를 말하는데요. 직원들이 물을 마시러 갔다가 의도치 않게 정수기 주변에 모여 잡담을 하고, 아이디어를 교환하며 유대감을 쌓게 되는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워터쿨러 이펙트는 실제로 능률이나 생산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정수기 주변에서 오가는 잡담이 직원들 사이에 유대감을 형성하여 근무 만족도를 높이거나, 빠른 아이디어와 정보의 교환으로 협업의 속도를 높이거나, 사사로운 대화를 통해 얻은 새로운 관점으로 혁신적인 해결책을 떠올리게 되어 결국에는 업무와 유관한 생산성을 증가시킨다는 것입니다.

 

 

 

스웨덴 피카(FIKA) 문화

Fikadags란 "Time for Fika"라는 의미로 Coffee break를 뜻하는 스웨덴어다.

워터쿨러 효과를 조금 더 확장시켜 보면 회사 밖의 일상, 그리고 한국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비슷한 사례들을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스웨덴의 피카(Fika) 문화가 있죠. 스웨덴 사람들은 가족, 친구,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며 커피를 마시는 휴식(coffee break)을 굉장히 중요시합니다. 이게 바로 피카(Fika)인데요. 홀로 커피의 여유를 즐기는 게 아니라, 상대방과 정보를 교환하거나 토론을 하는 등 소통하기 위해 커피를 활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근대 영국의 커피하우스, 근대 유럽의 살롱 문화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물론 오늘날 우리나라도 하루에 수없이 많은 티타임을 하고 있으며, 영국과 중국 그리고 인도에서도 매일 여러 잔의 차와 짜이를 마시며 이웃이나 동료,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죠.

 

 

 

 

 

쉬는 시간을 타인과 잡담을 하며 보내는 것이 휴식을 방해하기보다는 되려 새로운 영감이나 정보, 관계로 인해 강화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러한 사회적인 행위가 좋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예컨대 정보처럼 소문이나 악성 루머, 거짓 뉴스도 빠르게 퍼져 나갈테고, 공동 휴식에서 소외되는 사람들도 분명히 생길 것입니다. 사실 스웨덴의 피카(Fika)도 노동자들이 쉬는 시간에 공장주 몰래 모여서 처우 개선을 위해 단합하고, 고용주의 뒷담화를 하며 스트레스를 풀던 것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피카라는 이름도 공장주한테 들키지 않기 위해 일부러 커피를 거꾸로 말해 피카라고 부른 데서 시작했다는 얘기도 있죠.

 

 

 

새로운 워터쿨러를 고민해야 할 시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터쿨러는 필요합니다. 혁신을 위한 아이디어, 업무를 지속하기 위한 지구력은 틈틈이 워터쿨러 근처에서 나누는 소소한 잡담에서 오기 때문입니다. 잡담이 험담이 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은 그다음의 문제이죠. 앞서 다룬 워터쿨러 효과를 생각해본다면 사내에 휴게공간이나 구내식당 등 각종 편의시설을 두는 건 회사 입장에서도 좋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하지만 재택근무가 보편화되어 가고 있는 오늘날에는 갈수록 워터쿨러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협업이 필요한 때에만 잠깐 모여서 논의를 하고, 이내 다시 각자 본인이 맡은 일만 하는 방식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소소한 잡담을 나눌 공간도, 기회도 줄어드는 것이며, 이는 결과적으로 워터쿨러 이펙트가 발생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제는 새로운 워터쿨러를 고민해보아야 할 시기입니다. 회사는 업무연관성이 낮은 잡담을 허가하는 차원을 넘어 장려하고 유도해야 합니다. 전통적인 사무실과 업무 방식이 변화하였으니, 이제는 온라인과 비대면의 환경에서 어떻게 잡담할 공간과 기회를 만들어야 할지 탐구해야 하는 것이죠.

 

재택근무뿐만 아니라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이 대두되는 사회적 분위기도 고려해야 합니다. 사적인 영역을 침범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하는 것이죠. 이를테면 페이스북(Facebook), 인스타그램(Instagram), 카카오톡(Kakao Talk) 등 사적으로 사용하는 소셜미디어나 메신저 앱에서 그룹 형성을 유도하는 건 좋지 않습니다. 사내 협업 툴이나, 별도의 비즈니스 플랫폼을 활용해 자유 게시판, 동아리 활동, 온라인 회식 등 잡담을 유도하는 여러 판을 깔아야 합니다.

 

누구에게나 쉬운 과제는 아니지만 모두가 풀어야할 숙제입니다. 별 것 아닌 정수기 한 대가 회사의 성과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어떤 회사가, 어떤 새로운 정수기를 선보일지 기대가 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