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매달 5만 원의 통신비를 지원하다가, 통신비 지원을 중단하는 대신 구내식당의 식비에서 매달 5만 원을 할인해주기로 했다고 가정해 봅시다.과연 직원들의 반응은 어떠할까요? 회사의 입장에서는 결국 부담하는 비용이 같기 때문에 별반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직원들에게도 비슷한 반응을 기대하겠죠.
하지만 위와 같은 상황에서 직원의 반응은 부정적일 공산이 큽니다. 이를테면 ‘사무실 출근을 유도하려는 것’ 또는 ‘외부로 나가는 대신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게 해 점심시간을 단축시키려는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거나, 심지어는 ‘회사가 구내 식당 업체로부터 할인을 받게 된 걸로 행세를 부리려고 한다’는 악성 루머가 돌지도 모릅니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난처할 일이지만, 이러한 직원들의 반응이 심리학적으로는 충분히 예상되는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바로 손실회피성(Loss Aversion) 때문이죠.
손실회피성이란?
손실회피성은 ‘이익보다 손실을 더 크게 느끼는 현상’을 말합니다. 위의 예시와 같이 동일한 금액일 경우, 손실과 이익에 대해 느끼는 가치의 차이가 2배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복리후생 제도를 기획할 때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 가능 여부를 꼼꼼하게 따져봐야 하는 것입니다. 있던 복지를 없애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같은 금액의 다른 복지로 교체하는 것도 보다시피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비용은 같지만 혜택이 더 좋은 복지로 개선하는 것이라 판단할지라도, 직원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죠. 대다수가 만족하는 복지제도의 개선이란 결국 규모가 확장되고 비용이 커지는 것이기 때문에 가용예산을 전략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손실회피성이라는 심리적 요인은 회사 내 여러 상황에서 나타납니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보죠. 우리는 리스크를 감수하고(risk taking) 성과를 내면, 그만큼 회사에서 보답을 해줄 것을 압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어려운 과제를 해냈으니 분명 눈에 띌테고, 우수인재로 인정을 받아 승진이든, 수시 상여금이든 보상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왜 위험을 감수하는 직원이 적겠습니까?
실제로 행동경제학에서 인간은 보통 “이기면 100만 원, 지면 50만 원”인 게임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얻을 수 있는 것보다 잃을 수 있는 것이 절반밖에 되지 않으니 경제학에서는 이 게임을 하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이지만, 우리의 심리는 손실을 피하는 데에 더 관심이 쏠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회사나 간부, 조직장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손실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인간의 강한 심리니 받아들여야만 하는 걸까요? 물론 손실회피성이라는 성향을 인지하고, 직원들의 반응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하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넘을 수 없는 장벽이라고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해서는 안 되겠죠.
손실회피성을 역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이익보다 손실을 강조해 행동을 이끌어내는 것이죠. 예컨대 ‘위험을 감수하고 목적을 달성하면 보상을 받는다’라고 이익에 방점을 찍는 대신,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도태되어 설 곳이 없다’라고 손실을 강조하면 반응은 달라질 것입니다.
‘KPI를 상세하게 설정해 놓으면 동기부여가 되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보다 ‘KPI를 상세하게 잡아 놓지 않으면 연말에 성과를 판단할 근거가 부족할 것이다’가 듣는 사람에게는 훨씬 강력한 메시지가 되겠죠.
금연 광고에 금연에 성공한 건강한 사람 대신 금연에 실패한 아픈 사람이 등장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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