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어느 회사나 평가로 분주합니다. 연초에 세웠던 목표와 실제로 도달한 수치를 비교하며 한 해를 되돌아봅니다. 무엇을 잘했고,어떤 게 예상과 달랐고, 잘하고 못한 일은 왜 그랬는지 차분히 복기하는 건 분명 회사와 직원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됩니다. 시간과 공이 많이 들고, 직접 창출되는 수익이 없는데도 매년 우리가 평가를 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평가를 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는데요. 바로 지나치게 목표 중심적으로 평가가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성과뿐만 아니라 역량도 평가하자
우리는 연말에 진행하는 평가를 근거로 보통 당해연도의 상여와 이듬해의 급여를 결정합니다. 일반적으로 상여는 실제로 이룬 성과에 대해 보상을 하고, 이듬해의 연봉은 그 사람의 역량과 기대역할에 따라 산정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역량이 뛰어나다고 해서 매년 성과를 내는 것도, 성과를 냈다고 해서 더 큰 프로젝트를 맡을 만한 자질이 증명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성과와 역량은 상관관계지 인과관계가 아닙니다.
성과는 사후평가로 퍼포먼스(Performance)와 성취(Achievement)를, 역량은 사전평가로 가능성(Possibility)와 능력치(Competency)를 판단하는 척도기 때문에 엄연히 다른 특성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연말 평가가 당해연도에 수행한 업무와 목표의 달성 여부에만 초점이 맞춰진다면 이듬해의 보상을 산정할 근거도 빈약해지고, 직원에게 본인이 나아가야할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어려워집니다.
회사에서 사용하고 있는 평가 문항을 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문항별로 ‘성과’를 묻는 것인지, ‘역량’을 묻는 것인지 체크해보고 그 비중이 어떻게 되는지 보시기 바랍니다. 성과에 초점이 맞춰진 문항은 보통 ‘무엇을 했고, 어떤 점이 좋았고, 어떤 점이 부족했으며, 앞으로는 어떻게 처리하면 좋겠다’라는 분석과 답을 이끌어 냅니다. 반면 역량을 측정하는 문항에서는 ‘어떤 걸 잘하고, 어떤 능력이 부족하니, 개선해서 향후에는 이러한 역할도 수행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스토리가 나와야 합니다. 그리고 평가 문항은 성과와 역량을 균형적으로 다루어, 두루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동료들의 평가도 받아보자
성과는 대개 정량적이고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합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측정 가능한 조직의 목표를 제대로 세우지 않았거나, 직원별로 분명하고 고유한 역할과 목표가 배정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따라서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성과는 보통 조직원의 역할과 목표를 설정해준 상위 조직장에 의해 객관적으로 평가되는 것이 맞습니다.
역량에 대한 평가는 조금 다릅니다. 물론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도 있겠지만 보통은 정성적이고 다면적인 평가를 요합니다. 다른 말로는 선입견이나 주관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는 것이죠. 따라서 역량에 대한 평가는 조직장뿐만 아니라 동료들의 평가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개인이 어떠한 능력이 있는지, 업무가 아닌 생활적인 측면에서는 어떠한 모습을 보이는지, 조직의 성장을 위해서 어떤 기여를 하는지는 오히려 결과를 받아보는 조직장보다 과정을 교류하는 동료들의 평가가 더 유효할 수 있습니다.
성과와 역량, 그 다음은?
성과와 역량을 모두 검증할 수 있는 문항들로 설계했다면, 필수적인 요소는 갖춘 셈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사업의 특성이나 회사가 지향하는 가치에 따라, 성과와 역량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면, 이를 찾아서 추가하면 됩니다. 이를테면 특정 직원이 목표를 초과 달성했고(성과), 내년에도 목표를 달성할 기본기가 탄탄할뿐더러 동료들도 같이 일하고 싶어 하는 인재라는 것이 확인(역량)됐어도 100점이 아닐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때로는 무모한 도전정신이 있는데요. 실패를 했다는 건 성과에 반하는 결과이고, 무모한 도전을 자행하는 것은 긍정적인 역량으로 보기 어려울 수 있지만, 특히 기술 혁신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회사라면 매우 중요한 자질일 수 있습니다.
3M의 베스트셀러인 포스트잇도 실패에서 비롯된 제품입니다. 한 연구원이 강력한 접착제를 개발하려다가 실패한 사례를 회사에 보고했고, 훗날 성가대 활동을 하던 3M 직원이 성가집에 자신이 불러야 하는 부분을 표시해둘 목적으로 붙였다 뗄 수 있는 접착테이프를 만들고자 했을 때, 사내 데이터베이스에서 연구원의 실패 사례 보고서를 발견하여 이를 참고로 포스트잇을 개발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3M은 아직도 ‘실패’를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있으며, 바위 끝에서 가장 먼저 뛰어내리는 ‘퍼스트 펭귄(first penguin)’의 이름을 따서 매해 유의미한 실패를 한 직원을 뽑아 수상하는 ‘퍼스트 펭귄 어워드(First Penguin Award)’라는 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역량’으로 뭉뚱그려 표현하기에는 ‘오너십’이나 ‘책임감’을 특별히 중시하는 회사가 있을 수 있고요, 촘촘한 협업으로 사업이 돌아가는 회사에서는 비록 ‘성과’를 달성하지 못했더라도 전사적인 관점에서 다른 조직에 희생한 ‘조직기여도’를 성과 못지않게 높이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업무(성과)뿐만 아니라 사람(역량)에 대한 평가까지 갖추었다면 그다음엔 반드시 정교화하는 세밀한 작업이 필요합니다.
※함께 보면 좋은 포스팅※
직무발명 보상 : https://hrlog.tistory.com/8
직무발명에 대해 보상을 해야 할까요?
근로계약서를 체결할 때 늘 조항으로 붙거나, 별도의 계약서로 따라오는 내용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업무 중에 취득한 회사의 정보나 기술, 대외비 자료, 또는 고객과 임직원의 개인정보
hrlog.tistory.com
'- 평가·보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이닉스 PI 미지급 전망 사례로 보는 상여금 제도 (3) | 2023.01.08 |
---|---|
시중은행 희망퇴직 사례로 보는 퇴직금 제도 (1) | 2022.12.31 |
연봉계약서에 서명을 안 하면 어떻게 되나요? (1) | 2022.10.04 |
직무발명에 대해 보상을 해야 할까요? (0) | 2022.09.15 |
승진제도의 장점과 맹목적인 수평문화의 함정 (0) | 2022.09.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