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평가·보상

승진제도의 장점과 맹목적인 수평문화의 함정

by 인사로그 2022. 9. 2.
반응형

어느덧 소위 “사대과차부(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라고 불리는 직급체계 대신에 이나 매니저로 호칭을 통일하는 제도가 상당히 일반화된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하는 목적은 단순히 호칭을 간소화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최종적으로는 수평적인 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죠. 이론적으로는 규모가 클수록 수평적인 조직이 수직적인 조직보다 업무 효율이 높습니다. 수직적인 조직에 비해 의사결정이 빠르고, 조직원 개개인의 업무 장악력과 책임감이 높기 때문이죠.

 

반응형

 

수백 년, 수천 년간 피라미드식 조직구조를 기반으로 국가나 사회를 형성하는 데에 길들여진 인류에게 수평적인 조직구조는 가히 혁명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수평적인 조직구조로 일컬어지는 홀라크라시(Holacracy)를 창안한 브라이언 J.로버트슨은 수평적 조직구조는 단계별로 천천히 적용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한꺼번에 판을 뒤집어야만 하는 패러다임 시프트라고 설명했습니다.

 

홀라크라시를 성공적으로 도입한 최초 사례로 평가받은 자포스(Zappos)CEO 토니 셰이도 수평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직원들의 이탈을 감수하면서까지 과격한 변화를 감행한 이유입니다. 그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더 수직적이고 가부장적인 문화에 익숙한 한국 기업은 수평적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2, 3배로 노력해야 했고, 이에 많은 기업들이 더 과격한 혁신을 주도하며 한 때 호칭과 더불어 모든 승진제도를 파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싹 다 갈아엎기식의 극단적인 변화를 추구했던 회사들도 레벨 제도를 도입하는 등 회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오늘은 다시 수직적 요소를 도입하게 된 배경인, 무분별한 수평문화 도입의 결과와 레슨런(Lesson Learned)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승진제도, 이정표를 제시할 수 있다.

직급이든 레벨이든 그 목적은 단순히 직원의 권한이나 역량을 정의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승진제도는 결국 직원이 성장하기 위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이정표의 역할을 하기도 하죠. 수평적인 문화를 지향하며 모든 직급과 레벨을 폐기한 조직에서 조직원들이 빠졌던 딜레마는 결국 ‘성장에 대한 증표의 부재’였습니다. 쉽게 말해 본인이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나 앞으로는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방향성을 잃었다는 것이죠.

 

그뿐만이 아닙니다. 비교 대상이 없어진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회사의 평가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모를 답답함도 있었죠. 예컨대 직급이 있었다면 본인이 같은 직급의 동료 중 연봉 인상률이 상위 몇 %에 해당하는지, 혹은 같은 해에 입사한 동기에 비해 얼마큼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지에 대한 상대적인 평가와 객관적인 검증이 가능했을 텐데,아무런 그룹화가 되어 있지 않아 본인의 위치가 어디인지조차 판단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본인의 위치와 방향을 모두 잃게 되었으니 답답함을 넘어 공허함에 빠지게 된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습니다.

 

 

무분별한 수평문화는 결국 의사결정의 부재, 무책임함을 낳는다.

수평적인 조직구조가 제대로 작동해 피라미드식 조직구조보다 더 높은 효율을 내기 위해서는 책임과 권한이 잘 위임되어야 하고, 여러 사람에 의해 의사결정이 내려져야 합니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아무도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 기피현상이 벌어져 사실상 수직적인 의사결정 체계로 되돌아가거나, 피라미드식 조직보다 기민하지 못한 수평적 조직이 되는 것이죠.

 

수평적인 조직에서는 결국 의사결정을 내리는 주체가 “사람”이 아니라 “거버넌스”여야 합니다. 체계와 기준에 따라 정해져야 하는 것이죠. 타부서 임원의 제안이 담당부서 사원의 역할에 의해 당연히반려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핵심을 곰곰 생각해보면 조직구조의 수평화는, 특히 한국 문화에서는 성급히 적용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준비와 충분한 예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호칭을 통일하는 것, 좋습니다. 직원 개개인이 연공서열이 아닌 실력에 따라 평가되고, 직급이 아닌 역할에 따라 업무를 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너무 성급히 혁신을 꾀하다 보면 체하기 마련입니다. 한국 회사들이 하나같이 직급을 없애고 호칭을 통일하며 수평적인 문화로 변신을 시도하던 당시, 승진을 코앞에 두고 있던 직원들의 반대의견과 그들이 토로하던 허탈함을 희화화하는 경향도 있었습니다. 어쩌면 변화를 위한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반증이었을지 모르는데요.

 

미국 테크 기업들은 대개 레벨 제도를 공공연히 사용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레벨명에 분명하게 숫자를 넣어(i.e. L3, L4, L5, L6, …) 내림차순으로 중요도를 나열하기까지 합니다. 단순히 이 제도만 보면 수직적인 조직구조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미국 테크 시장은 조직이 수평적이고 민첩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이죠. 따라서 L5의 제안이 L4의 역할에 따라 반려될 수 있는 조직구조와 문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더불어 레벨은 언제나 나이나 경력이 아닌 분명한 성과와 역량에 근거해, 혹독한 승진 심사를 거쳐 결정이 됩니다. 이렇듯 수평과 수직의 조화 속에서 이상과 현실이 조율되고 혁신이 탄생하는 건 아닐까요?


※함께 보면 좋은 포스팅※

홀라크라시 : https://hrlog.tistory.com/7

 

홀라크라시(Holacracy)의 구조와 로직 (feat. 서클, 링크, 거버넌스 등등)

일전에 다룬 승진제도와 수평문화에서 홀라크라시(Holacracy) 조직구조에 관해 짧게 이야기해 보았는데요. 오늘은 조금 더 깊이 있게 다뤄보고자 합니다. 앞서 언급한 포스팅에서도 한 이야기지만

hrlog.tistory.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