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방역체계가 완화되고 규제가 사라지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에 접어들며 대부분의 회사들은 두 가지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하나는 코로나 이전과는 다른 시대라는 ‘뉴노멀(New Normal)’을 받아들이고 일하는 방식을 재편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코로나 이전의 모습으로 빠르게 회귀해 다시 안정을 찾자는 ‘백투노멀(Back to Normal)’을 선언하는 것이죠.
전자의 경우 일부 또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완전 재택근무(Fully-Remote)를 허용하거나, 주 X회는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하이브리드 근무제도(Hybrid workplace model)를 임시가 아닌, 정식 근무제도로 정착시키는 모습을 보이고, 후자의 경우에는 다시 직원들에게 사무실로 복귀할 것(RTO/Return to Office)을 명하고 있는 양상이죠.
근무제도는 물론 회사의 재량입니다. 사업의 특성을 고려하고,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와, 가꾸어 가고자 하는 조직문화, 그리고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비전에 맞게, 직원들이 일하는 방식을 규정하고, 의미를 정의하는 것이죠.
하지만 코로나 시대에 보편적인 재택근무를 가능하게 했던 장본인인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이 코로나 이전의 전통적인 일하는 방식으로 회귀하려는 모습이 자못 놀랍기는 합니다.
줌(Zoom)의 백 투 노멀
코로나가 종식되고 있는 가운데에 줌이 직원들에게 요구한 변화는 두 가지입니다.
첫 째로 직원들에게 사무실로 출근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100% 오피스 출근을 강요한 것은 아닙니다. 사무실로부터 50마일 반경 안에 거주하는 직원들에 한해 주 2회 출근을 요구하는 하이브리드 근무제도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 재택근무제를 지향할 것 같은 줌이 사무실 출근을 혼합한 RTO(Return to Office) policy를 도입한 점이 상징적이긴 합니다. 일각에서는 대면 회의가 비대면 회의보다 협업 효율이 높다는 사실을 비대면 회의파의 대표 격인 줌마저 인정한 꼴이라는 해석을 두기도 합니다.
둘 째로, 줌은 기존에 도입했던 “No-meeting Wednesdays”를 폐지하였습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줌은 2021년 초에 ‘수요일에는 회의를 잡지 않는 문화’를 도입했습니다. 비단 줌뿐만이 아니라, 2020년 전후로 메타(Meta), 쇼피파이(Shopify), 캔바(Canva) 등 여러 IT 회사들이 일주일 중 하루는 회의를 하지 않고 업무에 몰입하는 날로 지정한 문화를 만들어 간 바가 있었죠.
‘재택근무’와 ‘미팅 없는 날’을 폐지하는 줌의 입장은 ‘협업을 강화하기 위함’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최근에 주 3회 오피스 출근제를 강화하고, 이를 따르지 않는 직원들은 인사평가에 반영하겠다고 선언한 구글이 내세운 명분과 유사합니다. 구글의 CPO(Chief People Officer)인 피오나 치코니(Fiona Cicconi)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주 3회 하이브리드 근무제도를 엄격히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이메일에서 다음과 같이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모두가 ‘마법 같은 복도의 대화(magical hallway conversations)’를 믿는 건 아니겠지만,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것이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한 때는 ‘재택근무’와 ‘미팅 없는 날’이 직원 개개인의 업무 몰입도를 높여 종국에는 생산성을 향상한다는 주장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졌었죠.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습니다.
그래서 당시 우리는 코로나가 완전히 종식되고 나더라도 코로나 이전의 시대로 돌아가는 것은 이미 불가하며, 따라서 새로운 시대의 ‘뉴노멀’을 사회와 기업이 정의하고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담론이 형성되었죠.
그 연장선에서 회사원의 근무제도 앞으로는 재택근무, 아니면 적어도 하이브리드 근무제가 일반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고, 심지어는 머지않아 회사와 근로계약을 맺는 정규직보다는 업무위탁계약을 맺는 프리랜서직이 주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은 비대면 회의와 재택근무가 주가 될 미래를 위해 업무효율을 더 높일 수 있도록 조직문화를 다듬어 가고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화상회의를 할 때의 에티켓(i.e. 카메라를 켠다)이라든지, 반드시 필요한 경우 대면 미팅을 요청하는 방식(i.e. 최소 24시간 전에 요청)을 정의하고, 매끄러운 비대면 회의를 위해 직원들에게 카메라나 마이크를 지원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죠.
하지만 지금은 불과 1년 전과는 사뭇 다른 관점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화상회의보다는 대면회의가 효율적이고, 동료와의 사적인 교류도 업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에 방점이 찍히고 있는 것이죠. 물론 일부 공감이 가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재택근무 제도를 도입할 때 여러 회사들이 얘기했던 ‘출퇴근에 소요되는 시간과 에너지를 아끼고, 주위로부터 방해를 받지 않아 업무 몰입도가 높아진다’던 주장도 논리적이었죠.
이러한 대대적인 변화에서 가장 피로가 쌓이는 건 직원들입니다.
회사의 제도 변경이 마치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자의적인 해석으로 느껴지기도 하겠죠. 차라리 재택근무를 일부 또는 전부 도입했을 당시, 그 배경을 오로지 정부의 방역 조치와 임직원의 건강에만 두었다면(마치 스페이스X처럼)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작금의 동향에서 회사가 제도를 변경할 때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하고,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세심하게 따져보는 것이 얼마나 중대한지를 다시금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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