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조직도는 재무제표만큼이나 그 회사를 잘 드러냅니다. 조직을 어떻게 구성하고 있는지만 봐도 그 회사가 추구하는 일하는 방식(문화)과 그 이유(전략)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데요. 오늘은 조직 구성을 바라볼 수 있는 4가지 차원 내지는 관점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만약 조직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조직 간에 충분히 시너지가 나지 않고 있거나, 조직 구성 방식이 직원 개개인의 업무 몰입도나 회사 만족도를 방해하고 있다면, 아래의 네 가지 차원을 하나씩 따져보며 개선 포인트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1. 사업과 경영의 분리
사업을 영위한다는 건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영업 활동을 통해 매출을 일으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경영 활동을 통해 영업을 지원하는 것이죠. 흔히 매출을 일으키는 전자의 조직을 ‘사업부’, ‘현업’, ‘line positions’이라 부르고, 회사를 운영하는 후자의 조직을 ‘경영지원’, ‘스탭조직’, ‘staff positions’라고도 부르죠.
조직 구성을 보면 회사가 사업과 경영을 어떻게 분리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예컨대, 전체의 지원부서가 전체의 사업부서를 지원할 수도 있고, 각각의 사업부서에 각각의 지원부서에 들어가 밀착 지원을 할 수도 있으며, 그 중간으로 일부 지원부서는 전체를 담당하고, 일부는 개별 사업부를 담당할 수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업과 경영의 일부를 아웃소싱(outsourcing)하여 사내 조직으로 두지 않을 수도 있죠. 경영 지원 업무를 개별 에이전시(agency)와 계약하여 진행할 수도, 계열 법인들과 공통의 지원 업무를 쉐어드 서비스(shared services) 형태로 운영할 수도 있습니다. 사업 부서도 위탁생산계약(contract manufacturing)을 통해 생산을 외주에 맡길 수도 있고요.
요컨대 조직 구성을 할 때는 기본적으로 ‘돈을 버는 조직’과 ‘회사를 경영하는 조직’을 각각 어떻게 구성할지, 그리고 두 조직 간의 협업 관계는 어떻게 설계할지를 먼저 고민해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두 조직의 성과가 좋지 않다면, 구조적으로 봤을 때 두 조직이 충분한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관계인지를 검토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2. 역할과 업무의 분업
회사는 규모가 커질수록 분업을 하게 됩니다. 한 조직이 A부터 Z까지 처리하는 것보다는 여러 조직이 업무의 부분들을 맡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죠.
회사의 조직도에는 회사가 하는 사업을 각 조직이 어떻게 분담하고 있는지, 즉 역할과 업무의 분업(Division of labor)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가 한 눈에 들어올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각각의 조직들이 수행하는 업무의 총합이 어떻게 퍼즐 조각처럼 회사의 총사업을 구성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직관적인 게 좋습니다. 그래야 유기적이고, 자연스러운 협업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죠.
분업은 마케팅 조직, 영업 조직, HR 조직처럼 기능(Function)을 기준으로 할 수도 있고, 회사가 사업을 하는 주요 제품과 서비스(Product and Service)를 기준으로, 이를테면 A제품을 담당하는 조직과 B제품을 담당하는 조직 내에 마케팅, 영업, HR과 같은 조직들이 중복으로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 지역이나 나라에 국한하지 않고 사업의 글로벌 확장을 추구하면서 지역(Region)을 기준으로 한국이나 미국, 혹은 아시아 태평양(Asia Pacific)이나 미주(Americas)로 담당 조직을 분리하기도 합니다. 또한 장기적인 조직 구성이 아닌, 단기의 특정 프로젝트나 업무(Project)를 중심으로 TF(task force)를 수시로 구성했다 해체하는 방식도 자주 활용되죠.
3. 권력과 책임의 위계
조직 구성은 권력과 책임의 위계(Hierarchy)를 드러내야 합니다. 누가 조직의 활동에 대해 최종적으로 책임을 지는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조직 간에는 어느 조직이 상위 조직으로서 의사결정 권한을 갖고 있는지가 분명하게 나타나야 합니다. 그래야 효율적인 보고 체계(Reporting Line)가 잡히고, 직원 또는 조직 간에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요컨대 2번에서 다룬 분업이 회사의 사업이라는 ‘무엇(what)’에 집중을 했다면 3번에서 다루는 위계는 결국 ‘누구(who)’에 주목하는 차원이라고 봐도 좋습니다. 누구에게 보고를 해야 하는지, 어느 조직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안인지를 구성원들이 받아들이고, 늘 염두에 둘 수 있을 만큼 일관성을 띠는 것이 중요하겠죠.
물론 특정인, 또는 하나의 조직이 권력과 책임을 오롯이 쥘 필요는 없습니다. 이를테면 피라미드형의 전통적인 조직구조 대신 원형의 수평적인 조직구조인 홀라크라시(holacracy)와 유사한 위계질서를 만드는 것도 가능합니다.
요컨대 피라미드형이든, 원형이든 간에 여기서 중요한 점은 회사에서 일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누가 누구에게 보고를 해야 하고, 누구의 승인을 어떤 절차를 통해 받아야 하며, 그에 대한 책임은 누가, 왜 지는지를 구성원들이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4. 담당 조직의 범위
조직 구성의 4가지 차원 중 마지막은 바로 담당 조직의 범위(Span of control)입니다. 단순하게 얘기하면 한 명의 책임자가 얼마나 많은 직원들을 관리하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범위가 넓은 조직(wide span)은 한 의사결정권자가 여러 직원들을 리딩하는 경우이고, 반대로 좁은 조직(narrow span)은 한 의사결정권자가 리딩하는 직원 수가 적은 조직이죠.
범위가 넓은 조직일수록 책임자가 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일관성 있고 더 책임감 있는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으며, 범위가 좁은 조직일수록 담당 직원이 적기 때문에 빠른 의사결정과 촘촘한 업무 분장을 할 수 있습니다. 즉, 담당 조직의 범위는 우열을 가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회사의 목표와 사업의 특성에 따라 그에 맞는 수준의 범위를 설정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예컨대 회사 내 의사결정과 사업의 속도가 너무 더디다면 범위를 좁히고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 좋지 않을지 검토해 보는 것이 좋고, 반대로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체계가 필요한 시점이라면 범위를 넓히는 방안은 어떨지 고민해 볼 수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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